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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6 감독을 말하다 박지연 감독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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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r: 김성길 감독
2003년 - <araby> Beta, 11분
2007년 - <the bird> HD, 19분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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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e: 박지연 감독
2005년 - <Instant Memory> Beta 20분
2008년 -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 Beta 12분


런던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008, 영국)
제4회 인디판다국제단편영화제 (2008, 홍콩)
제4회 인디애니페스트 일반경쟁부문(2008)
제7회 미장센단편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부문 (2008)
제16회 애니마문디-브라질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2008, 브라질)
제12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 (2008)
제15회 대만WMW여성영화제 (2008, 대만)
제9회 서울국제영화제 국내경쟁부문 (2008)
인디포럼 신작전 (2008)
제8회 멜버른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중단편국제경쟁부문 (2008, 호주)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단편경선부문 우수상 (2008)
제12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경쟁부문 (2008)


 

최근 국내외 단편 영화제나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인데요. 그 작품을 제작하시고 연출하신 박지연 감독님을 만났습니다.


S#1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돼

 

김: 안녕하세요? 박지연 감독님.
박: 네. 반가워요.
김: 식사는 하셨어요?
박: 네 좀 전에 하고 같이(장형윤감독,홍덕표감독) 모여서 수다 떨고 있었어요.
김: 회의 한다고 늦게 오라고 하던데요?
박: 뭐 회의나 수다나 비슷해요.
김: 분명 남자다운 수다였겠네요. 여긴 남성호르몬이 꽉 차있어요.
박: 좀 심해요. 장난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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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중인 박지연 감독님


S#2 워밍업

 

김: 한번도 들어 본적 없었을 독특한 질문부터 할게요. 애니메이션을 하게 되신 계기를 알고 싶은데요?
박: 그냥 처음에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었어요..그냥 단순하게 뭐 이야기를 만들어서 내 내면의 뭔가를 끌어내고 싶다 이런게 아니라 그냥 그림이 그리고 싶었던 거 같아요..그래서 미대를 가고 싶었는데 뭐 여러가지 이유로 잘 안되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다가 만화 쪽으로 잠깐 생각을 했었죠...그래서 잠시 동안은 만화를 그렸던 거 같아요..그때도 뭐 연출이나 이런걸 생각한 게 아니라 한 장의 그림을 정말 열심히 파서 그리는 정도? 그리곤 그 그림을 보고 스스로 만족하고 그랬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애니메이션학원겸 회사를 들어 간적이 있었는데 공짜로 애니메이션을 가르쳐 주고 그 기간이 지나면 회사일을 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거기서부터 애니메이션을 시작 했는데 그때도 그냥 그림 그려서 돈을 벌수 있는 게 신기하고 좋았고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김: 제가 알기로는 우체국에서 근무하셨던 것으로 아는데요. 퇴사를 하신 다음에 애니메이션 관련 회사로 가신 겁니까?
박: 아..네..사실은 우체국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하하.  어쨌든 우체국에 근무하면서 만화를 계속 그렸었거든요. 애니메이션 회사를 간 것은 그 전이었던 것 같아요. 공무원 시험 준비 이런거 하다가 잠시 한눈 판적이 있었거든요.
김: 그렇군요. 몇년 정도 근무 하셨죠?
박: 한 2년 정도.
김: 후회하지 않으세요?
박: 별로 후회하진 않아요...그 시절이 저에게 딱히 좋았다고 생각진 않았고 그곳의 생활은 안정됐지만 계속 다른 생각에 빠져 있었거든요.

 

김: 저도 우체국을 좋아합니다. 더버드 작업하고 외국 영화제에 보낸다고 자주 우체국에 갔었어요. 이엠에스 담당 직원이 영화제 출품하는 것을 알아보고 정말 잘 해주시더라고요. 꼼꼼하게 체크 해주시고 싸게 보내는 방법도 알려주시고. 저는 정말 다른 마음 없었거든요.  몇 달 정도 그렇게 가다가 너무 고마워서 제가 DVD를 선물로 드렸어요. 다른 마음 정말 없었죠. 이건 정말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아주 어색해지시더군요. 조금 쌀쌀맞아지시고.
박: 하하하.
김: 원래 그런가요? 제가 뭔가 잘못했나요? 결국 우체국 바꿨어요. 옆 동네로.
박: 글쎄요...아무래도 그쪽에 있으면 치근거린다고 해야 하나...어쨌든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이 좀 있답니다.
김: 이건 정말 중요한 질문인데요. 우체국 직원들이 보기에 남편감으로 독립 애니 감독은 어떻습니까? 진지한 대답 부탁드리겠습니다.
박: 하하.그때 독립 애니감독을 만나지 못해서 잘 모르겠는데...글쎄요...
김: 관심이 없었겠지요. 그럼...뭐...쓸쓸하게 다음 질문으로.


S#3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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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 사는 그녀의 집은 그녀가 도시로부터 느끼는 거리감만큼 크레인에 의해
들어올려져 있다.

그 곳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그녀의 애인과도 그리고 작은 새와도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울 만큼 가벼워 졌다.

더욱더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남자친구의 욕망은 그녀를 더욱더 압박하고 결국
그녀는 시소 위에서 소멸한다.

그리고 도시속의 욕망은 균형을 잡게 된다.


김: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박: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은 제가 2005년에 썼던 장편영화시나리오에서 출발합니다. 어차피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었지만 장편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던 생각에 한 시나리오 강좌를 이수하면서 썼던 시나리오입니다.  제목은 ‘고양이와 남자 냉장고와 여자‘ 였죠. 이 시나리오의 내용은 단편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것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어쨌든 시작이라는 점에서 둘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죠. 내용은 어느 날 사고로 기억을 잃고 얼굴만 빨간 얼굴 고양이로 변해 가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도시에서~’에 나오는 고양이와 비슷한 모양이죠. 이 시나리오를 각색해서 단편으로 만들지만 실패하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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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2008)


김: 사용된 메타포가 참으로 기발하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박: 음.. ..처음엔 도시에서 혼자 사는 여자의 느낌이나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었어요..파니핑크 같은걸 만들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건 단편이어서 짧은 시간동안 단숨에 모든 걸 처리해야 해서 여자의 감정을 대변해줄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집은 지금의 나에게도 중요한 문제이고 온전히 나만의 집이 없다는 게 생활의 불안함으로 다가 올 때가 있어요. 그래서 여자와 집을 붙여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처음에 고층빌딩의 꼭대기 층에 조그맣게 불안하게 새집처럼 붙어있는 집을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김: 작품전반에서 불균형은 중요한 키워드로 사용되고 있는데 그 불균형이 그녀에게 의미하는 바와 실제로 감독님이 느끼신 불균형과 불균형을 만드는 요인을 듣고 싶어요.
박: 이 작품에서 불균형을 이야기 하는 건 남자와의 관계가 많은 부분을 차지 하지만 실제로는 그녀의 생활 전반에 걸친 불균형입니다. 사실 불균형의 원인을 이야기 하자면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가 되는데 간단하게 이야기를 드릴게요. 서울에 처음 상경했을 때의 느낌을 작품 중의 나레이션으로 넣었습니다. 그때의 불안한 서울생활, 부모님과의 갈등, 안정되지 못한 직업 등이 어우러져 이 작품 중에서 불균형으로 표현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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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2008)


김: 작품에서 보이는 감독님의 시선에선 그 어떤 감정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엉뚱한 질문이긴 하지만  연애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듣고 싶습니다.
박: 사실은 작품을 보면 연애의 경험이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내용일거라고는 생각은 합니다.  저도 몇 번의 연애 경험이 있고 그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 항상 똑같지 않았고... 내가 먼저 감정이 식었을 때와 상대방이 먼저 감정이 식었을 때의 느낌은 천차만별이고, 그것들이 정말 스스로에게 깊은 상처가 되면 다시 그런 감정들과 맞닥뜨려지는 것이 두려워 질 때가 있죠. 그래서 그런 모든 감정들에서 무덤덤해지고 쿨 해 지고 싶다는 희망이 작품 안의 그녀가 아닐까 합니다. 어떻게 보면 남자나 여자나 서로 너무 이기적이어서 자신이 원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죠.


김: 제가 좀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러는데 너그러이 설명 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는 여자의 소멸과 남자의 입안으로 들어가서 사라지는 소멸을 좀 구분해 주세요.
박: 남자의 입안으로 가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예요. 소멸이라기보다는 그 뒤의 상황을 보면 그 남자의 다른 과거의 여자들과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있잖아요?  남자의 입안으로 들어가는 건 성관계를 남자들이 가끔 말하는 먹는 걸로 표현을 했어요. 사실 어른용의 애니메이션을 어떤 성관계의 장면을 안 넣고 표현해 보고자 했던 것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도시'를 보고 왜 직접적으로 표현을 안했냐고..이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김: 그렇다면 도시의 그 여자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요?
박: 하하. 사라지지 않았다면 현실에 적응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요? 
      같은 일들을 반복하면서.
김: 흠흠. 애니메이션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노려보며)때려줄테다!

 

S#4 그녀의 인스탄트한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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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nt Memory(2005)


김: 전작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인스탄트 메모리. “도시~” 를 만드신 감독님의 작품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TV 시리즈 물 과 같은 형태의 애니메이션 있었습니다. 스토리를 봐도 훨씬 길어지고 이어 질 수도 있는 내용이었는데요. 상업적인 작업을 염두에 두고 만드신 것입니까?
박: 네. 그 작품은 원래 티비시리즈로 기획되었던 작품이에요..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제작지원을 받은 작품인데  원래는 지금 단편작가를 지원하는 제도이죠..근데 2005한해 상업적인 단편작품을 지원한다고 잠깐 정체성을 바꿨던 때가 있어요..지원금도 작가지원보다 훨씬 많았구요. 그때 그 제작지원을 받기 위해서 기획했었는데요..어차피 저는 상업 쪽에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했고 저랑 잘 맞는다고 생각을 했었죠. 시리즈이 1편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김: 하루키 좋아 하시죠?
박: 네.
김: “도시~”와 “인스탄트 메모리”의 나레이션에서 제가 느꼈거든요. 하루키 작품 중에 꼭 추천해주시고 싶은 책이 있습니까?
박: 저는 다 좋아하는데요. 그중에서 “밤의 원숭이”를 좋아하고 그 외에는 장편보다는 수필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김: 전작도 그렇고 최근작도 그렇고 따지고 보면 소멸과 상실을 이야기 한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전작은 기억이고 최근작은 존재의 상실을 의미한다고 저의 나름대로 생각했습니다만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물어보고 싶습니다.
박: 두 작품은 내가 버리지 못하는 어떤 것에서 나온 자식들 같은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어요. 두 작품은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는데...그러니까...음...이야기하기가 좀 힘든데...개인적인 이야기가....그러니까...예전에 아픈 기억 같은 것이 있었어요..좀 심하게...그런 기억들이나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좀 깊이 박혀 있었는지 이야기를 쓸 때마다 그쪽으로 흐르더라고요...사실은 피하지 않았어요...그냥 그런 개인적인 감정을 넣어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거든요... 인스턴트 메모리를 할 때는 그런 기억들이 아직 머릿속에서 무거운 상태였고 기억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주제가 기억으로 흐른 것 같고요. 도시 같은 경우는 약간 무덤덤한 상태가 되어서 작품속의 여자처럼 좀 시니컬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가끔 개인적인 이야기가 들어갔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 속을 파헤치려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런 이야기들은 좀 조심스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김: 그렇군요. 조심해야죠. 서울엔 스토커 많다면서요.
박: 그러게요...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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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nt Memory(2005)

 

김: 감독님 본인의 문제와 느낌을 두 작품에서 추구하시기도 하고 풀어 쓰시기도 하셨는데 저는 혹시나 감독님께서 어느 날 문득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특히 “도시~” 를 보면서 했거든요. 그렇다면 아리따우신 박감독님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뭇 남성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박: 글쎄요...뭇 남성들이 뭘 해야 할까요...내 작품이 뭇 남성을 비난하기 위해서 한 것은 아니랍니다. “도시~” 같은 경우는 못된 남자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것 같은 경우는 경험이라기보다는 남자들이 스스로 본능이라고 말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넣어 보고 싶었어요. 누가 잘못 했다기보다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또 그 감정이 변하고 그런 것들이 내 힘으로 안 될 때의 문제들이라서 별로 남자들이 할일은 없을 듯...한데요? 
김: 그런가요? 그래도 뭔가 있을 듯한데...설마 돈을 많이 버는 일은 아니겠죠?



S#5 흔해빠진 질문

 

김: 박감독님이 좋아하시는 애니메이션 한편 추천해주세요.
박: 오시이 마모루는 작품마다 계속 같은 얘기를 지루하게 하는 것이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좋아하고 패트레이버는 겨울의 눈 오는 전봇대 아래의 탱크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계속 생각이 나요.

김: 앞으로 작품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박: 음...다음 작품은 천천히 생각하고 있어요..전 이야기가 미리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이제 작품 해야지 하면 생각이 나더라구요. 계속 단편을 하고 싶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내가 있는 시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내가 50이면 50대의 이야기를... 뭐 그런거 있잖아요?
김: 그냥 편하게 쓰는 에세이처럼?
박: 네.

김: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인터뷰 끝!! 맥주나 한잔하러 가요.
박: 저는 술을 못해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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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감독을 말하다 (8)- 박지연 감독 편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 협회 커뮤니티) |
작성자 ㅌㅁ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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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잡지 애니메이툰 '감독을 말하다'코너에 실릴 박지연 감독 인터뷰 기사입니다.
이 코너는 독립애니메이션감독이 감독을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답니다.

Posted by 지금이